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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수 13

01

2010-Jul

그 남자의 기억

작성자: 엔케 조회 수: 2628

올해로 꼭 마흔 살이 되는 그는 오늘도 티비와 씨름 중이다.
문득 장농 위에 올려 놓은 두루마리 휴지박스를 올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예전에 저기 휴지 박스 밑에 뭔가를 감춰 뒀던 기억이 나는데......'
뒤꿈치를 들고 가까스로 휴지 박스를 들춰본다.
그러다 그만 튀통수에 강한 충격을 받으며 쓰러지고 말았다.

그로 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식물인간이 되버린 그는 사람의 몰골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눈물을 훔치며 아내와 딸은 병실에서 그에게 마지막 작별인사를 고하고 있는 중이었다.
꼭 쥔 손을 내려놓고 고개를 돌리는 찰라, 기적처럼 그가 의식을 되찾았다.

10년이라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아내와 딸은 그 동안의 뒷바라지를 끝내고 이제 마치 새로운 삶을 찾은 듯 행복해 보였다.
하지만 그의 기억은 10년 전 그대로다.
여전히 티비를 멍하니 쳐다보며 10년 전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금 장농 위를 올려다 본다.
이번엔 조심스럽게 손을 올려 장농 위를 더듬어 본다.

손에 잡힌 것은 아내 몰래 담배값으로 숨겨둔 10여만원의 돈이었다.

간만에 그가 옷을 추려 입고 길을 나선다. 곧 있으면 아내의 생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버스 승차비가 얼마였더라?'
승차비 투입구에는 <일반 어른 십사만원>이라고 적혀있다.
당황한 그는 어떨결에 주머니에 있던 십여만원의 돈을 모두 넣어버렸다.
이제는 목적지도 없다.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긴다.
'사라진 10년 동안 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 10년 동안의 기억 -
그는 장농 위의 휴지박스를 들추다 작은 소행성을 발견하였다.
행성의 생명체들은 그의 일상을 관찰하며 장농 위의 공간에 새로운 삶의 터전을 마련하였다.
생명체의 안보를 담당하던 작은 비행선이 그의 돌발적인 행동에 대한 즉각 조치로 목 뒤를 공격하여 의식을 잃게 만들었다.
그는 병원에 실려갔지만 사실 그의 영혼은 병실에 있지 않았다.
그의 영혼은 장농 위의 작은 생명체로 부활하여 행성의 주민과 함께 살게 되었다.
그러던 중 안보를 담당하던 무리들과 행성주민들 간에 잦은 의견 충돌이 일어났고 결국 주민들의 반란으로 이어졌다.
그는 반란군으로 낙인이 찍혀 도망자 신세가 되었다.(물론 장농위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건이다.)
10여년이 가깝게 크고 작은 내란이 일어났고 안보 생명체들의 승리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는 반란군의 우두머리가 되었지만 상황은 절망적이었다.
행성 주민들이 그에게 한가지를 제안했다.
"당신을 원래의 육체로 돌려보내 줄테니, 우리를 구해주시오."
그가 말했다.
"하지만 내가 깨어나면 더이상 여러분을 기억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럼 내가 도울 수 있는 방법도 없어지지 않나요?"
주민들 중 한명이 나섰다.
"물론 당신은 우리를 기억할 수 없겠지만 모든 상황은 우연처럼 일어나게 될 것입니다."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간 그는 아무일 없었던 듯이 티비와 씨름하던 예전 그 모습 그대로였다.
그리고 우연히 장농 위를 처다보았다. 장농 위 낡은 박스를 발견한 그는 예전에 숨겨 둔 십여만원의 돈을 우연히 발견한다.
박스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다 여러 개의 라이터를 발견하였다. 그는 무의식적으로 라이터에 불을 붙였다.
순간 라이터의 불이 미세한 먼지 속에서 비행하던 안보국 생명체들의 모선을 폭발시켜버렸다.
전쟁은 순식간에 반란군의 승리로 끝이났다.
모든 일들이 순간에 일어났고 또한 우연히 발생했다.
이제 장농 위의 소행성에 다시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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